10만 원이면 고민하면서 1만 원은 막 쓴다? 작은 돈일수록 위험해지는 ‘피넛 효과’

큰돈이 걸리면 사람은 꽤 신중해진다. 그런데 금액이 작아지는 순간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손실이 별것 아니라고 느껴지면 평소라면 하지 않을 위험한 선택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피넛 효과(Peanuts Effect)’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투자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꽤 많다.

1,000만 원을 한 종목에 투자하라고 하면 무섭다.

그런데 5만 원이면?

“이 정도야 없어져도 괜찮지.”

갑자기 마음이 편해진다.

문제는 이런 작은 판단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때다.

작은 돈일수록 위험해지는 ‘피넛 효과’

오늘 알아볼 개념은 무엇일까?

피넛 효과는 걸려 있는 금액이 작을수록 위험을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대적으로 위험한 선택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경향을 말한다.

여기서 Peanuts는 우리가 먹는 땅콩이라는 뜻도 있지만 영어 표현에서는 ‘푼돈’, ‘별것 아닌 금액’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선택에는 상당히 신중한 사람이 1만 원 정도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뭐, 커피 두 잔 값인데.”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위험 자체도 작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돈의 크기와 선택의 질은 별개의 문제다.

이런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작은 금액에서 사람들의 위험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가 1952년 발표한 효용함수 논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Peanuts Effect’라는 표현은 이후 드라젠 프렐렉(Drazen Prelec)과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의 연구에서 사용됐으며, 브라이언 웨버와 그레첸 채프먼은 2005년 「Playing for Peanuts: Why Is Risk Seeking More Common for Low-Stakes Gambles?」라는 연구에서 작은 금액과 위험선호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살펴봤다.

다만 이 효과를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법칙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후속 연구에서는 금액뿐 아니라 확률 구조와 선택 방식에 따라서 효과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최근 연구에서도 피넛 효과가 조건에 따라 약해지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작은 금액이라고 느끼는 순간 위험에 대한 심리적인 브레이크가 느슨해질 수 있다.

왜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100만 원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꽤 불편하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될 수도 있고, 저축할 수도 있고, ETF를 살 수도 있다.

그런데 5,000원이나 1만 원은 다르다.

“이 정도야 뭐.”

잃었을 때 느끼게 될 실망이 작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Weber와 Chapman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예상되는 실망감(anticipated disappointment)이 중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큰 금액에서는 실패했을 때의 실망이 커지지만 작은 금액에서는 그 감정적 부담이 훨씬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위험을 평가해야 하는데 사람은 어느 순간 ‘얼마를 잃을 수 있는가’만 보고 ‘그 선택이 합리적인가’를 덜 보게 된다.

실제 돈과 투자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투자계좌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1,000만 원을 투자할 때는 기업 실적도 보고 밸류에이션도 보고 사업 전망도 살핀다.

그런데 10만 원을 넣을 때는 어떨까?

“그냥 한번 사보지 뭐.”

공부하는 시간이 갑자기 줄어든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자산이나 유행하는 테마를 볼 때 이런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번에 5만 원이니 부담이 없다.

다음에 또 5만 원.

다른 종목에도 5만 원.

결국 20번이면 100만 원이다.

각각의 선택은 ‘소액’이었지만 전체로 보면 더 이상 소액이 아니다.

소비에서도 비슷하다.

30만 원짜리 물건은 며칠 고민하면서 3,000원짜리 앱 결제나 5,000원짜리 추가 옵션은 거의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피넛 효과가 특히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의 큰 실수보다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서 커지는 비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숫자로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투자자가 매주 “5만 원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충분한 분석 없이 소액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행동체감 금액1년 누적
매주 소액투자5만 원260만 원
주 2회 소액투자10만 원520만 원
월 50만 원50만 원600만 원

한 번의 5만 원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1년 동안 반복되면 260만 원이다.

이 돈을 매번 충분한 판단 없이 사용했다면 문제는 5만 원짜리 판단 하나가 아니다.

‘소액이니까 괜찮다’라는 판단기준이 52번 반복됐다는 것이다.

왜 문제가 될까?

첫 번째 문제는 투자기준이 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500만 원을 투자할 때 요구하는 분석 수준과 5만 원을 투자할 때 요구하는 분석 수준이 전혀 다르면 작은 투자일수록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누적비용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1만 원짜리 선택을 열 번 하면 10만 원이고 백 번이면 100만 원이다.

세 번째는 습관이다.

소액 투자에서 만들어진 느슨한 원칙이 나중에는 더 큰 금액에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작은 돈을 잃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작다는 이유로 판단기준까지 작아지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금액이 아니라 규칙을 먼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를 할 때 투자금액이 10만 원이든 1,000만 원이든 최소한의 체크항목은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왜 사는가.

최악의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가.

어떤 조건이 바뀌면 투자논리가 깨지는가.

전체 자산에서 몇 %인가.

그리고 소비에서는 작은 금액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월간 금액으로 바꿔보는 것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한 번에 4,900원.”

보다

“매달 4,900원이면 1년에 58,800원.”

이라고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소액을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은 돈에도 큰돈과 같은 수준의 판단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돈이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험이나 비용을 무시하고 있는지는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피넛 효과는 ‘푼돈이라 막 쓰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피넛 효과의 핵심은 금액이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위험을 덜 회피하는 경향에 있다. 다만 소비에서도 “이 정도 돈이야 괜찮지”라는 판단이 반복될 때 비슷한 원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피넛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나?

그렇지 않다. 연구에서도 금액, 확률구조, 선택환경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 행동의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사결정 경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소액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

그런 의미는 아니다. 소액투자는 경험을 쌓거나 자산배분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액이라는 이유로 투자대상과 위험을 확인하는 과정을 완전히 생략하지 않는 것이다.

피넛 효과와 화폐단위 효과는 같은 개념인가?

다르다. 화폐단위 효과는 같은 총액이라도 돈이 어떤 단위로 나뉘어 있느냐에 따라 소비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이고, 피넛 효과는 판돈이나 결과의 규모가 작을 때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이 있다.

김프로 한마디

큰돈을 잃는 사람은 대부분 큰돈부터 잃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항상 “이 정도야 괜찮겠지”에서 시작한다.

투자에서 금액이 작다는 것은 손실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지, 잘못된 판단까지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작은 돈을 볼 때 오히려 한번 묻게 된다. “이게 10배 큰돈이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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