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은 똑같은데 왜 월급날 직후엔 돈을 더 쉽게 쓸까? 지갑을 느슨하게 만드는 ‘페이데이 효과’

월급날이 됐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다.

카드값도 나갈 예정이고 보험료도 내야 하고 이번 달 생활비도 남겨둬야 한다.

사실 내 재산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통장 잔액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넉넉해진다.

“이번 달은 좀 여유가 있네.”

평소 고민하던 물건을 주문하기도 하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며칠이 지나 각종 자동이체가 빠져나가면 다시 생각한다.

“이번 달도 아껴야겠는데?”

재미있는 건 한 달 전체의 소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받은 시점에 따라 소비 성향이 달라졌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때 알아두면 재미있는 개념이 페이데이 효과(Payday Effect)다.

페이데이 효과란 무엇일까?

페이데이 효과는 급여나 연금처럼 정기적인 소득이 들어오는 시점을 전후해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돈이 들어온 직후 지갑이 조금 느슨해지는 현상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월급날이 25일이라고 해서 25일에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 돈으로 다음 월급날까지 살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미래의 한 달치 예산보다 현재 통장에 보이는 잔액에 영향을 받기 쉽다.

통장에 400만 원이 찍혀 있으면 10만 원짜리 소비가 작게 느껴진다.

각종 지출이 빠져나가 잔액이 80만 원이 되면 같은 10만 원이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상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가 느끼는 가격이 달라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사람은 미래의 지출을 완벽하게 계산해서 소비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통장 잔액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머릿속에서 새로운 소비기간의 시작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번 달 돈이 들어왔다.”

그러면 지난달의 절약 모드가 일종의 초기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월급은 보너스가 아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사용할 생활비와 고정비, 저축액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에 가깝다.

월급 400만 원이 전부 소비 가능한 돈은 아니다

월급으로 400만 원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통장에는 분명 400만 원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계산해본다.

주거비 100만 원.

보험과 통신비 4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교육비 50만 원.

저축과 투자 80만 원.

이렇게 예정된 돈이 있다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월급날 통장에서는 이 돈들이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래에 사용할 돈까지 현재의 여유자금처럼 보일 수 있다.

신용카드가 만나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신용카드는 소비 시점과 실제 돈이 빠져나가는 시점을 분리한다.

오늘 20만 원을 결제해도 통장 잔액은 그대로다.

특히 월급날 직후라면 통장에는 돈이 많아 보이고 카드 결제는 미래로 밀려 있다.

소비할 때 느끼는 부담이 더욱 작아질 수 있다.

그러다 다음 카드 결제일이 온다.

“내가 이렇게 많이 썼나?”

하지만 그때는 이미 소비가 끝난 뒤다.

성과급이 들어온 달에는 더 재미있어진다

평소 월급이 400만 원인데 어느 달 성과급을 포함해 600만 원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통장 숫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면 30만 원짜리 물건이 평소보다 싸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달은 보너스도 받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

그런데 성과급 역시 내 자산이다.

그 돈을 투자하면 미래 자산이 되고 대출을 갚으면 부채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정기적인 월급과 다르게 추가로 생긴 소비예산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배당금이나 이자가 들어오는 날을 생각해보자.

월배당 ETF에서 50만 원이 들어왔다.

그러면 평소 통장에 있던 50만 원과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배당 받은 돈이니까 다시 투자해야지.”

이건 처음부터 정한 투자 원칙이라면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도 가능하다.

“배당 들어왔으니 오늘 외식이나 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의 출처가 아니다.

내 전체 자산계획에서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기로 했느냐다.

은퇴 후에도 끝나는 현상은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면 월급이 없어지니 이런 현상도 없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처럼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있다면 비슷한 소비주기가 생길 수 있다.

연금이 들어온 직후에는 잔액이 많다.

월말이 가까워질수록 잔액이 줄어든다.

그래서 은퇴 후 현금흐름 관리에서는 월 소득뿐 아니라 한 달 동안 지출이 언제 발생하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고정된 연금으로 생활해야 한다면 월초 과소비가 월말의 생활비 부족으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금도 월급날 바로 빼놓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월급날 자동이체가 꽤 강력하다.

월급 400만 원이 들어왔다.

다음 날 100만 원이 투자계좌로 자동이체된다.

그러면 생활비 통장에는 처음부터 300만 원만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한 달 동안 쓰고 남은 돈을 투자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월급날에는 400만 원이 전부 소비 가능한 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월말에는 정말 신기하게 돈이 별로 남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선저축 후소비가 행동적으로도 꽤 합리적인 이유다.

페이데이 효과가 위험한 이유

이 현상이 반복되면 소비가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입금 타이밍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월급날에는 소비한다.

월말에는 아낀다.

다음 월급날 다시 소비한다.

이렇게 되면 한 달 동안 소비 수준이 들쭉날쭉해지고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 느끼는 풍족함이 실제 재정상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월급을 바로 나누는 것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하나의 큰 숫자로 두지 않는 게 좋다.

생활비.

고정비.

저축.

투자.

비상금.

목적에 맞게 자동으로 나눠놓는다.

그러면 월급날 통장에 찍힌 큰 숫자가 소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달 의지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자동이체로 시스템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통장 잔액보다 ‘이번 달 남은 예산’을 보자

통장에 300만 원이 있다고 해보자.

그 숫자만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빠져나갈 카드값과 보험료, 생활비가 250만 원이라면 실제 여유자금은 50만 원에 가깝다.

그래서 소비하기 전에 보는 숫자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잔액이 얼마인가?

보다

이번 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남았는가?

이렇게 보면 같은 통장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큰 소비는 월급날 바로 결정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이 있다.

마침 월급이 들어왔다.

이때 바로 사지 않고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다.

그 사이 자동이체와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실제 사용 가능한 금액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사고 싶다면 사면 된다.

월급날의 풍족한 기분과 실제 필요성을 분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월급날 통장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제까지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들어오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런데 그 돈이 전부 새로 생긴 여유자금은 아니다.

다음 월급날까지 사용할 돈이 한꺼번에 도착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월급을 받을 때 통장에 찍힌 숫자를 그대로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물론 전부 내 돈은 맞다.

하지만 전부 오늘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월급이 들어오는 날 부자가 됐다가 월말에 다시 가난해지는 것은 이상하다.

내 자산은 월급날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뭘 살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갈 곳을 먼저 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급날 기분은 하루지만 그 돈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은 한 달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몇십 년 뒤의 나에게 보내야 할 돈일 수도 있다.

카드값은 똑같은데 왜 월급날 직후엔 돈을 더 쉽게 쓸까? 지갑을 느슨하게 만드는 ‘페이데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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