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좋아졌는데 주가는 왜 떨어질까? 투자자를 속이는 ‘기대효용의 함정’

주식을 하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날이 있다.

실적 발표가 나왔다.

매출도 늘었다.

영업이익도 늘었다.

심지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기사까지 나온다.

“이 정도면 오늘 오르겠는데?”

그런데 장이 시작되자 주가가 -7%다.

반대도 있다.

실적은 적자다.

뉴스 제목만 보면 회사가 당장이라도 큰일 날 것 같다.

그런데 주가는 +10% 오른다.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움직임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진다.

좋은 실적이면 올라야 하고 나쁜 실적이면 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주식시장은 현재의 결과보다 사람들이 미리 기대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때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기대효용(Expected Utility)이다.

기대효용이란 무엇일까?

기대효용은 쉽게 이야기하면 결과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여러 결과의 가능성과 그 결과가 나에게 주는 가치를 함께 고려해 판단하는 개념이다.

경제학에서는 상당히 오래된 개념이다.

현대적인 기대효용 이론은 John von Neumann과 Oskar Morgenstern이 1944년 출간한 《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를 통해 체계화됐다.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투자에서는 상당히 익숙한 이야기다.

주식의 현재 가격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래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

즉,

좋은 회사냐?

보다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얼마나 좋은 회사라고 시장이 이미 생각하고 있느냐?”

바로 이 차이가 주가를 움직인다.

시험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평소 50점을 받던 학생이 있다.

이번 시험에서 70점을 받았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좋다.

20점이나 올랐다.

이번에는 항상 95점을 받던 학생이 있다.

이번 시험에서 90점을 받았다.

90점이면 분명 좋은 점수다.

그런데 부모님 표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왜 5점 떨어졌지?”

절대적인 점수는 두 번째 학생이 훨씬 높다.

그런데 기대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

A기업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기 영업이익을 1조 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발표는 9,500억 원이었다.

엄청난 이익이다.

작년보다 크게 성장했다.

뉴스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사상 최대 수준 실적.”

그런데 투자자는 다르게 볼 수 있다.

“우리는 1조 원을 기대했는데?”

그러면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실적이 기대보다 나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실적 발표 후 주가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적자인데 주가가 오르는 회사도 같은 원리다

반대로 B기업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기에 1,000억 원 적자를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적자는 300억 원이었다.

여전히 적자다.

뉴스만 보면 돈을 잃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좋아지고 있는데?”

그러면 주가는 크게 오를 수도 있다.

기업의 현재 상태보다 변화의 방향과 기대치의 차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기업 실적도 계속 떨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식시장이 먼저 오른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데 주식은 왜 오르지?”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보다 몇 달 뒤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었는데 실제 상황이 예상보다 덜 나빠질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면 주가는 먼저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경제지표가 최고로 좋을 때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는 좋지만 앞으로 더 좋아지기 어렵다고 시장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을 흔히 선행하는 시장이라고 이야기한다.

성장주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기대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매년 40%씩 성장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엄청난 성장이다.

그런데 시장은 앞으로 50%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실적 발표에서 회사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년에는 약 30% 성장을 예상합니다.”

30%도 상당한 성장이다.

그런데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

회사가 망해서가 아니다.

주가에 들어 있던 미래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주 투자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는지만 보면 부족하다.

시장이 이미 얼마나 높은 성장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목표주가가 올랐는데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증권사 리포트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다.

기존 목표주가 10만 원.

새로운 목표주가 12만 원.

목표주가를 20%나 올렸다.

좋은 뉴스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재 주가가 이미 13만 원이라면 어떨까?

목표주가가 올랐다는 사실보다 현재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목표주가가 올라간 이유가 실적 전망 상향인지 단순한 밸류에이션 변경인지도 봐야 한다.

숫자 하나만 보는 것보다 그 숫자가 시장의 기존 기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주에서도 기대가 가격을 움직인다

배당주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떤 기업이 매년 배당금을 10%씩 올렸다.

투자자들은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올해 배당금을 3%만 올렸다.

배당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시장은 이미 더 높은 배당성장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는 좋아졌느냐보다 기대보다 좋아졌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기대가 너무 높으면 좋은 회사도 위험하다

여기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부분이 나온다.

정말 좋은 기업이 있다.

매출도 늘고 이익도 늘고 산업 전망도 좋다.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주가도 그만큼 비싸다는 것이다.

시장이 완벽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작은 실망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매출 성장률이 40%에서 35%로 내려간다.

영업이익률이 예상보다 조금 낮다.

신제품 출시가 한 분기 늦어진다.

기업 자체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다면 주가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투자에서는 가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를 수 있다.

반대로 기대가 바닥이면 작은 변화도 크게 작용한다

모두가 싫어하는 산업이 있다고 해보자.

실적도 나쁘고 전망도 어둡다.

주가도 계속 떨어졌다.

시장 기대가 거의 바닥이다.

그런데 어느 날 실적이 발표된다.

여전히 좋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덜 나쁘다.

그러면 주가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

나쁜 회사가 갑자기 좋은 회사가 된 것이 아니다.

기대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작은 개선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턴어라운드 투자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

우리는 기업을 분석할 때 좋은 것들을 찾는다.

매출 증가.

이익 증가.

시장점유율 상승.

신제품 출시.

좋은 내용이다.

그런데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이 좋은 내용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모두가 알고 있는 호재라면 현재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수도 있다.

결국 주식으로 큰 수익이 발생하려면 기업이 좋아지는 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

실적 발표 전에 컨센서스를 보는 이유

그래서 실적 시즌에는 실제 숫자만 보면 부족하다.

시장 예상치를 같이 봐야 한다.

매출 예상치는 얼마였는지.

EPS 예상치는 얼마였는지.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시장 기대보다 높은지.

경영진의 전망이 바뀌었는지.

이런 부분을 함께 봐야 실적 발표 후 주가 움직임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단순히 전년 대비 성장률만 보는 것보다 기대 대비 결과를 보는 것이다.

좋은 뉴스가 나오면 먼저 질문해보자

어떤 기업에서 엄청난 호재가 나왔다.

바로 사고 싶어진다.

그럴 때 질문 하나만 추가해보면 좋다.

“이 뉴스가 정말 새로운 정보인가?”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뉴스라면 주가에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뉴스라도 시장 예상과 완전히 다르다면 큰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투자는 뉴스의 크기보다 예상과 실제의 차이를 보는 게임에 더 가깝다.

김프로 한마디

예전에는 나도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적이 잘 나왔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이해가 안 됐다.

“도대체 얼마나 잘해야 올라가는 거야?”

그런데 시장을 오래 보다 보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주식시장은 시험 점수를 보는 곳이 아니다.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의 차이를 보는 곳에 가깝다.

100점을 받아도 모두가 110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고, 60점을 받아도 모두가 40점을 예상했다면 환호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기업을 찾은 다음에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다.

“이 기업이 좋은 건 나만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걸까?”

투자에서 가장 비싼 주식은 반드시 나쁜 회사의 주식이 아니다.

어쩌면 모두가 너무 좋은 미래만 기대하고 있는 주식일 수도 있다.

기업의 실적만 보지 말자.

그 실적 앞에 이미 어떤 기대가 서 있었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기대효용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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