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닐 때 관광지나 유적지보다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를 정하는 일이 가장 설레는 미식가들이 있다. 단순히 블로그에서 소문난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것을 넘어, 그 지역만의 고유한 식문화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조리법, 그리고 활기 넘치는 로컬 시장의 날것 그대로의 맛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이다.
특히 유럽은 돌바닥이 많고 대중교통 환승 동선이 복잡해 부모님 효도 여행으로는 난도가 꽤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걷는 거리를 최소화하면서도 눈길 닿는 곳마다 그림 같은 대자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동 자체가 여행이 되는 나라, 기차와 유람선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부모님과 떠나는 기차여행’을 테마로 정했다.
발 도르차는 계곡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경관의 완성도가 압도적이다. 르네상스 시대 농경지의 미학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구릉지, 그리고 그 길을 호위하듯 서 있는 짙푸른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숨 막히는 절경을 만들어낸다. 기차나 버스로는 구석구석 닿기 힘들어 반드시 렌터카를 운전해야만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운전대를 잡고 언덕을 넘을 때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마지막 명장면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