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국채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JGB)의 금리가 지난 200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며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매도 압력과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꼽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8bp(베이시스 포인트)가량 상승하여 1.5%를 넘어섰으며, 이는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13bp나 상승하며 2.5%대를 돌파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사히코 루(Masahiko Loo) 선임 채권 전략가는 이번 국채 매도 현상이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리 상승 압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5bp 상승하며 4.317%를 기록했다는 점도 일본 국채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일본 외환전략 책임자인 유지로 고토(Yujiro Goto)는 현재 일본 국채 시장의 수급 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채권 시장의 급격한 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면서,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인 2.8%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행(BOJ)의 우치다 신이치(Shinichi Uchida) 부총재의 발언 역시 시장 불안정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치다 부총재는
중앙은행이 시장과 경제학자들의 주요 견해에 부합하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고 언급하며 긴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또한 그는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부터 점차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며, 분기마다 약 4천억 엔 규모로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바클레이즈의 아시아 FX 및 금리전략 책임자인 미툴 코테차(Mitul Kotecha)는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의 최근 채권시장 매도세가 부분적으로 일본 내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체감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수치보다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34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2%)를 초과하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4%까지 오르며 2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코어(core-core)’ 인플레이션 역시 올해 1월에 2.5%까지 상승하며 작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과 일본 내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겹치면서 일본 중앙은행이 결국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투자자들은 일본 금융시장의 향후 움직임에 보다 신중히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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