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란 무엇인가?
희토류(稀土類)란 주기율표 상의 17개 화학 원소를 가리키는 말로,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 21번)과 이트륨(Y, 39번)을 더한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 직역하면 “드문 흙”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매우 희귀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희토류 원소들은 지각 내 존재량이 은이나 납보다도 많을 정도로 흔하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 농축된 형태로 산출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희귀한 자원이 된 것이며, 희토류는 18세기 후반 스웨덴의 위테르비 마을에서 처음 함유 광물이 발견된 이후 하나둘 분리되어 정체가 밝혀졌고, 현재는 각종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를 “산업의 쌀”에 비유하듯이, 희토류와 같은 희귀 금속들은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릴 만큼 적은 양으로도 현대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체에 극미량의 비타민이 꼭 필요하듯, 희토류 원소들도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에 소량씩 들어가 없으면 기능이 어려운 존재들입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희토류는 21세기 첨단 산업 시대의 전략자원으로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희토류의 특성과 중요성

희토류 원소들은 공통적으로 은색 계열의 금속이며 화학적으로 안정된 성질을 가져 산화되거나 부식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한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는 전도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각 원소들은 독특한 전자배열 덕분에 뛰어난 전자기적·자성적·발광적 특성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네오디뮴(Nd)이나 디스프로슘(Dy) 등이 포함된 합금 자석은 일반 자석보다 자력이 월등히 강하여, 같은 성능을 내면서 크기를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어폰이나 스마트폰 스피커처럼 작은 부품에도 강한 자석을 넣을 수 있게 되어 제품을 소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희토류는 자기적 특성 외에도 빛을 흡수·방출하는 발광 특성,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돕는 촉매 특성 등 각종 장점을 지닌 “만능 재료”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란타넘, 유로퓸, 터븀 등의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아주 안정적이면서도 특정 파장의 빛을 발산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형광체나 광통신용 광섬유 제작에 필수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일부 희토류 금속 산화물은 방사선을 잘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 원자로 제어봉에도 쓰이는 등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한편 원자량에 따라 란타넘사마륨 등 경희토류와 터븀루테튬 등의 중희토류로 나누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중희토류가 지각에 존재량이 적고 생산이 어려워 경희토류보다 가격이 훨씬 높고 희소성도 큰 편입니다. 하지만 경희토류와 중희토류 모두 현대 산업에 꼭 필요한 용도가 있어서, 그 공급 부족 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략적 중요성을 지닙니다.
희토류의 주요 용도
희토류는 쓰임새가 무척 다양하여 최첨단 전자제품부터 친환경 기술, 의료·방위 산업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보고에 따르면, “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 하드디스크, LED 조명, 평면 TV와 모니터 등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희토류 부품이 들어가며, 풍력 발전이나 전기차, 군사용 첨단무기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에너지와 국방 기술에도 대량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활용 분야와 그 중요성을 정리한 것입니다.

전자제품
우리의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 전자기기에는 희토류가 여러 형태로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화면은 유로퓸(Eu)과 터븀(Tb)이 들어간 형광체로 선명한 빨강·녹색 색상을 구현하고, 카메라 렌즈에는 란타넘(La) 기반 유리가 쓰여 광학 성능을 높입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어폰 스피커 등에는 앞서 언급한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가 데이터를 읽고 소리를 내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희토류는 전자제품의 소형화·고성능화를 가능하게 하는 숨은 공신입니다.
친환경 기술
전기자동차와 풍력·태양광 발전 등 녹색 기술에도 희토류가 필수적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모터에 장착되는 강력한 영구자석(네오디뮴 자석) 없이는 고효율 모터 구현이 어렵고, 하이브리드차의 니켈-수소 배터리 전극에도 대량의 란타넘 합금이 사용됩니다 (하나의 하이브리드차 배터리에 란타넘이 약 10~15kg 들어갑니다).
풍력 터빈 발전기의 강력한 자석과 고효율 전동기에도 디스프로슘 등이 첨가된 희토류 자석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 장치들의 성능과 효율을 좌우하는 소재가 바로 희토류입니다. 태양광 패널 제조에도 특수한 희토류 화합물이 소량 사용되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도 희토류 기반 자석과 합금이 활용되어 친환경 산업의 필수 재료로 통합니다.
기타 산업
희토류는 이 밖에도 의료, 방위, 화학, 소재 산업 전반에 쓰입니다.
예를 들어 첨단 방위산업 분야에서 레이더 시스템, 정밀 유도 미사일의 센서, 스텔스 기술 등에 희토류 소재가 활용되고 있어 국가 안보 자원으로도 중요합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MRI 조영제로 사용되는 가돌리늄(Gd) 화합물이 대표적이며, 희토류 레이저(예: 홀뮴 레이저)는 의료 시술 장비로 이용됩니다.
화학 산업에서는 석유 정제 촉매로 란타넘 화합물이,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 촉매로 세륨(Ce) 산화물이 각각 널리 활용되어 대기오염 저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유리·세라믹 산업에서 세륨 산화물은 최고의 유리 연마제로 쓰여 반도체 웨이퍼나 광학 렌즈 표면을 깎고 닦는 데 사용되고, 색깔 유리를 만들 때 희토류 산화물이 착색제로 첨가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희토류는 현대 산업 곳곳에 스며들어 소재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필수 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희토류 생산과 공급망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은 특정 국가에 크게 편중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이 압도적 1위 생산국입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희토류 광물 생산량은 약 35만 톤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68%에 달하는 24만 톤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미국(12%), 미얀마(11%), 호주(5%) 등이 잇따르지만 개별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의 채굴부터 분리·정제,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까지 전 공정을 자국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완비된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희토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때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최대 생산국이었으나, 환경규제 등의 이유로 미국 마운틴패스 광산이 폐쇄된 후 중국이 값싼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기준을 바탕으로 생산을 급속히 늘렸습니다. 2010년경에는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고, 이후 다른 나라에서 일부 생산을 재개하면서 현재는 생산 점유율이 60~7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희토류 정제·분리 분야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85~90%에 달해 원료 생산보다도 가공 단계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정제의 87%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희토류 공급망 장악은 국제 경제·정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켜왔습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단행하여 일본 산업계를 압박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희토류 선적을 막아버리자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의 공급이 끊기고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면서 관련 제조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일본은 구금 중이던 중국인을 석방하는 등 정치적 양보를 해야 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가 희토류 공급 리스크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은 WTO 제소로 수출쿼터제를 철회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후반 미·중 무역분쟁 국면에서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다시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등 언제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경제안보 전략 차원에서 재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자국 내 희토류 기업들을 통합해 ‘중국희토류그룹’을 출범시키는 등 내부 장악력 강화로 맞서고 있어, 희토류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경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결국 희토류 시장은 단순한 광물자원 시장을 넘어, 자원민족주의와 기술패권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희토류 추출 및 정제 과정
희토류 원소들은 주로 모나즈이트(monazite), 바스트네사이트(bastnaesite) 등의 광물에 소량씩 섞여 존재합니다. 희토류 채굴은 일반 광산 채굴과 비슷하게 암석이나 모래에서 원광을 캐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정제·분리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서로 다른 희토류 원소들이 화학적 성질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한 광물에서 여러 희토류를 여러 단계에 걸쳐 나누어 추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산(acid)을 사용해 원광을 녹여내고 용매 추출법으로 원하는 희토류 화합물을 분리해내는 방식을 쓰는데, 이때 수백 단계에 달하는 반복 분리 과정이 필요할 정도로 공정이 복잡합니다. 이렇게 얻어진 희토류 산화물을 다시 금속으로 환원시키거나 합금 제조에 투입하여 산업 소재로 활용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희토류가 포함된 암석을 파쇄·용해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중금속 먼지, 유독성 폐수, 방사성 폐기물 등이 다량 배출됩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금속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75m³의 폐수와 1톤 가량의 방사능 폐찌꺼기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정제 과정의 폐기물 부담이 큽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산지인 중국 네이멍구(내몽골) 바오터우 지역의 경우, 수십 년간 희토류 정제를 거치며 인근 토양의 방사성 오염도가 주변 지역에 비해 수십~수백 배 높아졌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정제 공정에서 사용하는 황산, 질산 같은 강산과 유기용매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모나즈이트 등에 함유된 토륨(Th) 등의 방사성 물질이 폐기물로 축적되면서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오터우의 호수에 모인 검은 폐수 찌꺼기는 위성사진으로도 보일 정도이며, 인근 주민 건강 피해와 가축 떼죽음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환경 파괴 때문에 미국이나 호주 같은 나라는 한때 희토류 채굴을 기피했고, 결과적으로 환경 규제가 비교적 느슨했던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희토류 업계에서도 이러한 지속 불가능한 생산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폐액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신공정 개발, 미생물이나 식물을 이용해 희토류를 추출하는 바이오 채굴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탄산염 용출법 등 폐기물을 덜 발생시키는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희토류 산업이 친환경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채굴지 환경복원, 폐기물 처리 기술 향상, 그리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폐광물 이용 확대 등이 필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희토류 산업 동향
중국의 희토류 공급 독점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미국입니다. 첨단 제조업과 방위산업의 본산인 미국은 역설적으로 자국 희토류 수급에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습니다. 미국 내에는 현재 가동 중인 희토류 광산이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단 한 곳뿐이며, 정제 시설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 생산의 15% 정도만 담당하고, 자국 소비량의 거의 80%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략 산업의 필수 소재를 해외, 특히 경쟁국인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은 미국 입장에서 큰 취약점으로 인식되었고, 지난 수년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우선 희토류 공급망 강화 전략이 국가 단위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국방수권법 등에 중국산 희토류 의존을 줄이기 위한 조항을 담기 시작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의회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국방 관련 조달에서 배제”하는 법안이 논의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2023년 국방수권법(NDAA)에 2027년 이후 미 국방부 조달 사업에서 중국산 희토류와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아울러 행정부 차원에서도 공급망 전략을 수립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핵심 광물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희토류의 국내 공급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호주의 희토류 기업 린데스(Lynas)와 손잡고 미국 내 첫 희토류 정제시설 건설에 1억 2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텍사스주 소재) 정제 단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또 다른 호주 기업 ASM과는 오클라호마에 영구자석 합금 공장을 세우는 협력을 진행하는 등, 동맹국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내 공급망을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15년 파산했던 마운틴패스 광산을 인수한 MP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2017년부터 생산을 재개하여 2022년에는 희토류 산화물 4만5천 톤 이상을 생산, 세계 소비의 약 15%를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다만 현재 이 회사가 생산한 희토류 광산물의 정제는 다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MP머티리얼즈는 미 정부 지원금 등을 받아 2025년까지 자체적으로 희토류 금속과 자석을 생산하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 중이며, 제너럴 모터스(GM) 등과 제휴해 전기차 구동용 네오디뮴 자석 공장도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희토류 대체 소재 개발이나 폐자원 재활용 기술을 들고 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민간 차원의 혁신 노력도 활발합니다.
미국은 또한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쿼드(Quad) 핵심광물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정보공유와 분업화를 모색하고, EU와도 비우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광물 안보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희토류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중국도 자국산 공급을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희토류 산업에서 탈중국화하려는 서방의 시도는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희토류 산업의 미래
희토류는 당분간 다른 소재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한 중요성을 지닙니다. 하지만 공급 불안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대체재 개발과 재활용 기술 두 갈래에서 미래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먼저, 희토류를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중국의 수출 제한을 겪은 후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도요타는 2018년 희토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전기차 모터용 자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자석은 네오디뮴 대신 저가의 세륨과 철을 일부 대체재로 활용해 성능은 유지하면서 핵심 희토류 투입량을 크게 감축한 사례입니다. 또한 세계 1위 모터 제조사인 일본 니덱(Nidec)은 희토류 영구자석을 아예 쓰지 않는 모터(Switch Reluctance Motor)를 개발하여 희토류 가격 급등 시에도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도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 대신 전자석을 활용한 구동 기술, 고성능 페라이트 자석 등 다양한 신소재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네오디뮴 자석만큼 강한 자력을 내는 소재가 마땅치 않고, 대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희토류 수요 자체가 급감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미 사용된 희토류를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접근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폐전자제품이나 폐자동차 부품 속에는 상당량의 희토류가 들어있는데, 지금까지는 경제성이 낮아 대부분 버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희토류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자 도시 광산(urban mining)으로 불리는 전자 폐기물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 미쓰비시머티리얼즈는 폐모터에서 네오디뮴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버려진 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뽑아내는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스타트업 역시 폐자석에서 희토류 추출, 폐촉매에서 세륨 회수 등의 방법으로 상업적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 버려진 HDD나 풍력발전기에서 나온 자석 등을 녹여 희토류를 다시 뽑아내어 새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희토류 공급 안정성에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채굴로 인한 환경 파괴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만 재활용에도 한계는 있어서, 회수 공정 비용과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으며 한 번에 수거할 수 있는 양이 적어 원가 경쟁력이 낮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는 희토류 재활용 R&D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버려지는 희토류 자원을 최대한 다시 쓰는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희토류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한 과제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전자제품부터 친환경 에너지,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경제의 필수 원소입니다. 그 경제적·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희토류 공급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과 협력이 활발하며, 특히 중국의 희토류 패권은 국제 무역질서와 기술주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 무기체계 발전 등이 가속화될수록 희토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입니다. 한편으로 희토류 산업은 환경오염이라는 이면도 가지고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습니다. 세계는 지금 희토류 패러독스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친환경 기술이 정작 그 구성 요소인 희토류 채굴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희토류 공급망 구축이 요구됩니다.
첫째, 희토류의 책임 있는 개발과 생산이 중요합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환경 보호 기준을 높여 채굴지의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고, 폐기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중국 등의 기존 생산지에서는 보다 강화된 환경 규제를 도입하고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오염 배출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특정 국가 독점이 완화되어야 수급 리스크와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유럽·한국 등 자원 수요국은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등 잠재 생산국과 협력하여 새로운 공급원을 개발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해저 퇴적물이나 폐광산에서 희토류를 채취하려는 시도도 이러한 다변화 전략의 일환입니다.
셋째, 앞서 언급한 대체 소재 개발과 재활용 기술 혁신이 장려되어야 합니다. 이는 민간의 기술력이 중요한 만큼, 정부가 R&D 지원과 인센티브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한편 국제 공조를 통해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희토류는 미래 산업의 쌀이자 비타민이라고 불릴 만큼 그 가치가 막대한 반면, 공급망 취약성과 환경 비용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희토류 활용을 위해 경제적 노력(공급망 투자·안보)과 환경적 노력(친환경 기술·재활용)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동의 과제이며,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희토류가 인류의 미래 산업을 밝히는 빛나는 자원으로 남기 위해, 이제는 ‘어떻게 캐고 쓸 것인가’에 대한 지혜로운 고민과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참고 자료: 세계 희토류 생산동향(KOTRA), LG화학 블로그: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Yonhap 뉴스위크 인용 보도, 미국지질조사국(USGS) 보고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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