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후 대비 투자에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퇴직연금 자금을 굴리는 데 있어 TDF는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해주는 편리함 때문에 “연금투자의 끝판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TDF의 개념부터 국내 시장 동향, 주요 상품, 장단점, 투자 시 고려사항, 그리고 해외 사례 비교까지 TDF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1. TDF의 개념과 특징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TDF)는 말 그대로 투자자의 목표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빈티지)를 기준으로 자산배분 전략(글라이드패스)을 미리 설계해 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처럼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전환합니다. 이러한 자산 배분 변화의 설계도를 “글라이드패스”라고 부르며, 투자자의 연령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청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자가 일일이 리밸런싱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생애주기별 자산배분이 이뤄진다는 편의성이 TDF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2040 TDF”는 2040년경 은퇴를 계획하는 투자자를 위해 설계된 펀드이며, 해당 시점까지 알아서 자산 비중을 조정해 줍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예상 은퇴연도에 맞는 TDF를 선택해 놓기만 하면, 펀드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자산→안전자산으로 비중을 이동시키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추구해주는 것이죠
만약 좀 더 오랫동안 공격적인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싶다면, 실제 은퇴시기보다 더 늦은 연도의 TDF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컨대 2050년에 은퇴 예정이어도 한 단계 늦은 2060 빈티지의 TDF에 가입하면 주식 비중이 더 오래 높게 유지됩니다.
2. 한국의 TDF 시장 현황
국내 TDF 시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첫 TDF 상품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했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화는 2016년 이후 여러 운용사가 뛰어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6년 말 국내 TDF 설정액은 약 663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말 1조2천554억 원, 2020년 말 4조0844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 말에는 약 9조4천883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2023년 7월 기준으로는 TDF 설정액이 10조8천억 원을 돌파하여, 불과 8년 만에 시장 규모가 16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급성장으로 현재 TDF는 “10조 원대 시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성장과 더불어 참여 운용사와 상품 수도 대폭 늘어나 현재 국내에는 20여 개 자산운용사가 총 170여개의 TDF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TDF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선도하고 있는데, 설정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미래에셋 약 37%, 삼성자산운용 약 17% 수준으로 두 회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외에도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다수의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TDF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TDF는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그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TDF를 선택하면, 노후자금을 굴리는 동안 펀드가 자동으로 생애주기별 자산배분을 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 전체 TDF 순자산의 72.5%가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되고 있을 정도로 연금자금에서 비중이 크며, 2022년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에서도 TDF가 핵심적입니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서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는 제도인데, 올해 초 기준 디폴트옵션으로 설정된 펀드 자금의 80% 이상이 TDF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금시장에서 “알아서 굴려주는” TDF의 장점이 부각되며, TDF는 퇴직연금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3. 주요 운용사 및 대표 상품 비교
현재 국내 TDF 시장을 이끄는 주요 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각 운용사들은 자사의 철학과 전략에 맞춰 TDF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TDF 시리즈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운용사 | 대표 TDF 시리즈 (빈티지 범위) | 주요 특징 |
---|---|---|
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 전략배분TDF 시리즈 (2025~2060) | 국내 최초 TDF 출시(2011년)로 시장 개척. 독자적으로 글라이드패스를 설계해 운용하며, 자사 연금펀드와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 업계 1위 점유율(약 37%)로 설정액 규모 최대. 장기 성과에서도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우수한 수익률 기록으로 신뢰도 높음. |
삼성자산운용 |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 (2020~2060) 삼성 ETF를 담은 TDF 시리즈 | 2016년 국내 두번째 TDF 출시로 진입 초기에는 미국 캐피탈그룹과 협업하여 글로벌 분산투자 전략을 도입 이후 자체 글라이드패스 운용 역량을 키워 ETF 기반 TDF(예: KODEX TDF액티브)까지 출시, 비용 경쟁력 강화. 업계 2위 점유율(약 17%)로 미래에셋을 추격 중. |
KB자산운용 | KB 온국민 TDF / KB 다이나믹 TDF 시리즈 (2025~2060) | 2017년 TDF 시장 진출. 글로벌 운용사 올스프링(Allspring)의 자문을 받아 글로벌 자산배분을 구현 온국민TDF는 저비용 전략으로 복리효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안정형 상품, 다이나믹TDF는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공격형 상품으로 구분해 제공 환헤지형(H)과 언헤지형(UH) 클래스 동시 운영으로 투자자 선택 폭을 확대. 최근 설정액이 빠르게 늘며 시장 점유율 상승세. |
기타 | 한화자산운용 등 다수 | 한화자산운용 ‘LifePlus TDF’, 한국투자신탁운용 ‘TDF알아서 시리즈’, 신한자산운용 ‘마이픽 TDF’ 등 총 20개 운용사에서 170여 개 TDF 출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TDF 출시 등 상품 다양화 추세. |
각 운용사별 TDF는 기본 원리는 유사하지만 운용 전략과 세부 구조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은 처음부터 자체 모델로 운용해온 덕분에 일관된 철학의 성과를 내고 있고, 삼성은 전통 운용사와의 협업으로 시작해 이후 ETF를 활용한 낮은 보수의 TDF를 선보이는 등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KB자산운용은 저렴한 보수의 상품과 적극운용 상품을 이원화하여 투자자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TDF마다 기초자산 구성, 운용보수, 글라이드패스의 경사도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투자 시에는 각 상품의 특징을 면밀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TDF의 장점과 단점
🔹 장점
자동 자산배분 및 리밸런싱
TDF의 가장 큰 강점은 투자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조정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펀드에 투자하면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가 이뤄지고, 운용사가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정해줍니다. 즉, 전문가가 알아서 운용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는 일일이 종목을 교체하거나 비중을 손볼 필요 없이 편하게 장기투자할 수 있습니다.
생애주기에 맞는 위험관리
TDF는 젊을 때는 공격적으로, 은퇴가 가까워지면 안정적으로 생애주기별 최적화된 자산배분을 제공합니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 일시적인 손실이 나도 회복할 시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수익을 위한 높은 주식비중을 가져가고, 반대로 은퇴 직전에는 큰 손실 위험을 지양하고 꾸준한 성과를 내도록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합니다. 이처럼 투자자 생애단계에 맞춰 위험을 자동 관리해주므로, 은퇴자금의 연착륙을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분산투자 효과
대부분의 TDF는 국내 자산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도록 설계됩니다. 한 펀드로 글로벌 분산투자가 이루어지므로, 개별 종목이나 특정 지역에 올인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주식, 채권 외에 부동산리츠나 원자재 등의 대체자산을 편입한 TDF도 있어 자산군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연금투자에 최적화된 편의성
TDF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운용하기에 적합하며,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계좌에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투자자가 은퇴 시점만 정하면 되니 초보 투자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장기간에 걸쳐 복리효과를 누리면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핵심상품으로 채택될 정도로 연금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 단점
시장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동성
TDF라고 해서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목표시점이 먼 빈티지의 TDF일수록 주식 비중이 높아 단기적으로 손익 변동이 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50, 2060처럼 먼 연도의 TDF는 주식시장 급락 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장기적 회복을 감안한 상품이므로 중도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 투자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은퇴 시점이 가까운 TDF는 대부분 채권비중이 높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물가 상승기에는 채권 위주의 운용으로 실질 수익률이 낮아질 위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 보수
TDF는 보통 여러 하위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구조를 띠고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용보수(총보수)가 일반 인덱스펀드보다 높은 편입니다. 국내 운용사들의 TDF 총보수비용비율(TER)을 보면 연 0.6~0.9%대 수준이며, 일부 클래스는 1%를 넘기도 합니다. 해외 인덱스펀드형 TDF(예: 미국 Vanguard TDF는 0.1%대)와 비교하면 아직 보수가 높은 편이라서 장기 투자 시 비용 부담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다만 이러한 점을 의식해 운용사들도 ETF를 활용한 TDF 출시, 온라인전용 클래스 신설 등 보수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획일적 전략에 따른 한계
TDF는 사전에 정해둔 자산배분 전략(글라이드패스)을 따르므로,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경제위기나 금리변동 등에 펀드매니저 재량으로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정해진 비중에 따라 움직이므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TDF 운용사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글라이드패스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조정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략이 “자동항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투자자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투자자 성향 미반영
TDF는 다수 투자자를 위한 표준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개별 투자자의 세부적인 재무 상황이나 선호도를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동일 2040빈티지 TDF에 가입한 투자자라 해도 각자 위험선호도나 다른 자산 보유 현황이 다를 수 있는데, 펀드는 일률적으로 운용됩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꼭 맞춘 맞춤형 자산배분을 원한다면 부족할 수 있으며, 그런 경우 TDF 대신 직접 자산배분을 관리하거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5. TDF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사항
TDF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TDF 선택 및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주요 포인트입니다:
목표 은퇴연도(빈티지) 선택
우선 자신의 예상 은퇴 시기에 맞는 TDF 빈티지(연도)를 고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이 조정되므로 가능한 한 근접한 연도를 선택하되, 본인의 위험성향에 따라 한 단계 빠르거나 늦은 빈티지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실제 은퇴보다 이른 빈티지 상품을 택해 좀 더 일찍 안전자산 비중이 높아지도록 할 수 있고,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일부러 늦은 빈티지를 선택해 주식비중이 오래 유지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TDF 이름에 붙은 연도가 곧 내 자금 인출 시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상품을 고르는 것입니다.
운용사와 운용전략 비교
앞서 살펴본 대로 운용사별 TDF 상품에는 약간씩 성격 차이가 있습니다. 글라이드패스의 경사, 국내자산 vs 해외자산 비중, 환헤지 전략, 자산편입 범위 등이 운용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TDF는 해외투자 비중이 높고 환헤지를 하지 않아 원달러 환율에 노출되는 반면, 다른 상품은 일부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도 합니다. 또 어떤 운용사는 채권 비중을 일찍 늘려 보수적인 경로를 가고, 다른 곳은 은퇴 후에도 일정 기간 주식비중을 유지하는 공격적인 경로를 취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투자철학에 부합하는 운용사의 상품인지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용 규모와 트랙레코드
펀드의 운용자산 규모(AUM)도 고려할 만합니다. TDF처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전략 구현이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너무 작은 펀드는 운용상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설정액이 충분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적으로 설정액 50억 원 이상이 권장됨). 또한 과거 운용성과도 참고해야 합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동일 빈티지 내에서 운용사별 성과 차이가 존재하므로, 적어도 3~5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 기록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손실 방어를 잘 했는지, 빠르게 회복했는지 등을 비교하면 해당 TDF의 위험관리 능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수익률 대비 변동성(샤프 지수)도 따져보면 좋습니다. 샤프 지수는 위험 1단위당 초과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 대비 성과가 우수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빈티지의 여러 TDF를 놓고 볼 때 샤프 지수가 높은 상품이 보다 효율적인 운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용보수 및 비용
TDF마다 총보수(운용보수+판매보수 등) 체계와 수수료가 다르므로 비용도 비교해야 합니다. 특히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할 경우 일반적으로 온라인 전용 클래스(C-PE 등)로 낮은 보수를 적용받을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저보수 클래스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한 일부 운용사는 TDF ETF를 상장하여 ETF 형태로 낮은 보수로 투자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합니다. 장기투자일수록 보수 차이가 누적되어 수익률 격차를 만들 수 있으므로, 유사한 운용전략이라면 보수가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시장 동향 이해
TDF는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해외시장 동향도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등 선진국 주식비중이 높은 TDF는 해당 시장의 흐름을 탈 수밖에 없고, 환율 변동 역시 성과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국내 TDF 성과를 평가할 때 해외동향과 비교해보면 왜 수익률이 좋거나 나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TDF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파악하면 국내 TDF를 보는 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미국 등 해외 TDF 시장과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6. 해외 TDF 시장과의 비교
미국을 비롯한 해외 TDF 시장은 한국보다 일찍 형성되어 현재 매우 성숙한 상태입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중반에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TDF를 출시했고, 2006년 연금보호법(PPA) 통과로 401(k) 퇴직연금의 디폴트 투자안내책자(QDIA)로 TDF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자동가입제도(오토인롤먼트) 도입으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선택을 하지 않으면 TDF에 자동 투자되도록 한 것이 주효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선 TDF가 퇴직연금의 대세 상품으로 자리잡았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401(k) 플랜 자산의 절반 이상(약 64%)이 TDF에 투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시장 규모 면에서도 미국 TDF는 압도적입니다. 미국의 TDF 전체 자산은 2021년 기준 약 3.27조 달러(약 4,300조 원)까지 성장했다가 2022년 시장조정으로 2.82조 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다시 4조 달러 가까이 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TDF 시장은 2021년 말 약 11.7조 원(약 98억 달러) 규모였으니, 단순 비교해도 미국의 TDF 시장이 한국의 수백 배 규모인 셈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TDF 상품인 뱅가드(Vanguard) 타깃리타이어먼트 펀드, 피델리티 Freedom 펀드, 캐피탈그룹(American Funds) TDF 시리즈 등은 각각 수십조 원 이상의 자금을 굴릴 정도로 거대합니다. 이처럼 미국 연금시장에서는 TDF가 표준적 선택지로 정착되어, 은퇴 준비를 위한 원스톱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연금제도 및 정책
미국은 퇴직연금의 상당 부분이 개인별로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이고, 기업이 제공하는 401(k) 플랜에서 자동가입+디폴트옵션 세팅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TDF 같은 밸런스드펀드가 권장돼왔고 세제 혜택도 뒷받침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공적연금) 비중이 높고 퇴직연금도 한때 원리금보장형 위주였어서, TDF가 설 자리가 늦게 마련되었습니다. 다만 최근 한국도 DC형 퇴직연금이 늘고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도 환경이 미국을 점차 닮아가고 있어 TDF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투자 문화
미국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뮤추얼펀드 중심의 간접투자 문화에 익숙하고, 연금자산을 펀드매니저에게 맡겨두는 것에 비교적 거부감이 적습니다. 반면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MZ세대)은 직접 주식이나 코인을 거래하는 직접투자 성향이 강하고, 연금자산 운용을 스스로 해보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미국만큼 TDF가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젊은층이 디폴트옵션에 맡기기보다 직접 투자하려는 성향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향에도 불구하고 한국 TDF 시장의 수탁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연금 투자에서는 편의성과 장기안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은퇴자금 만큼은 믿고 맡기자는 인식이 점차 자리잡으며 TDF 수용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운용보수와 상품구성
미국의 대표 TDF들은 초저보수 인덱스 펀드를 활용해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비용경쟁력이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뱅가드의 타깃데이트펀드 보수는 0.1~0.2%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채권 외에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나 글로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고, 은퇴 이후까지 고려한 “Through” 전략(은퇴 후에도 일정 기간 주식 비중 유지) 등 정교한 글라이드패스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반면 한국 TDF는 아직까지 보수 0.5~1%대가 일반적이고, 기초자산도 글로벌 주식/채권 위주로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입니다. 다만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운용사와 제휴를 맺거나 ETF 등을 도입해 보수 절감과 자산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어 격차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자산운용은 TDF 출시 당시 미국 캐피탈그룹의 운용자산을 활용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와 협업하는 등 해외 노하우를 접목했습니다. 앞으로 국내 TDF도 해외 사례를 참고한 혁신(예: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운용, TDF-TIF 결합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사례의 시사점
해외 TDF 시장의 경험은 한국에 몇 가지 교훈을 줍니다. 첫째, 연금자산 디폴트옵션으로서 TDF의 유용성입니다. 미국의 사례는 자동투자 상품으로 TDF를 활용하면 가입자의 투자실수나 방치를 줄이고 노후준비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한국도 디폴트옵션을 통해 TDF를 적극 활용하면, 아직 투자 경험이 적은 가입자들의 연금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운용보수 인하와 규모의 경제입니다. 미국은 거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운용보수가 낮아지고 다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을 이루었습니다. 한국도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보수 인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다시 TDF 투자를 촉진할 것입니다. 셋째, 투자자 교육의 중요성입니다. 해외에서는 TDF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 대상 교육과 홍보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TDF의 원리와 장점을 투자자들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운용사의 지속적인 교육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처럼 다양한 TDF 제품군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투자자 수요에 맞춰 은퇴 후 인출기에 특화된 펀드, 목표 기간이 40년 이상인 초장기 TDF, 사회책임투자(SRI) 요소를 가미한 TDF 등 특색있는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TDF는 은퇴 시계에 맞춰 “자동항로”로 운용되는 똑똑한 펀드입니다. 한국에서도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후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TD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분산투자, 자동 리밸런싱, 편리한 연금운용이라는 장점 덕분에 퇴직연금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높은 보수와 획일적 전략 등의 한계도 있으므로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TDF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은퇴 목표와 위험성향에 맞는 상품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해외 선진 사례를 거울삼아 국내 TDF 시장도 성숙해간다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의 은퇴 파트너로 TDF가 당연한 선택이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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